
2025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권력, 진실과 복수의 경계를 날카롭게 탐구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거대한 설계자에 맞서 생존과 복수를 향한 여정을 펼치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내면은 단순한 선과 악을 넘어선 복잡한 심리를 드러낸다. 지창욱이 연기하는 박태중과 도경수가 연기하는 안요한을 중심으로, 김종수·조윤수·이광수 등 믿음직한 조연들이 얽혀 인간 군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 드라마는 원작 영화와의 연계도 흥미롭지만, 12부작이라는 긴 호흡 속에서 인물의 변화, 서사의 확장, 액션과 미스터리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보여준다.
인생의 퍼즐이 깨지는 순간 – ‘조각도시’의 서막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는,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나 누군가의 조작으로 인해 단번에 깨질 수 있다. 『조각도시』는 바로 그 깨진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가는 서사다. 주인공 박태중(지창욱 분)은 도시개발 부서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며 평범한 삶을 누리던 남자였다. 그러나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그는 흉악한 범죄의 범인으로 몰리고,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갇히게 된다.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산산히 부서지고,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은 ‘거짓’으로 뒤바뀌며 그는 자신이 속한 도시가 거대한 설계자의 손에 의해 조각났음을 깨닫게 된다. 이 드라마가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는 단지 복수극이 아니다. 권력의 구조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가, 진실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복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등이 복합적으로 던져진다. 감옥과 도시, 이 두 공간은 단순히 존재하는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반영하고, 인간 존재의 구속과 자유를 대비시키는 미로처럼 작동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물 구성이다.
박태중을 중심으로 안요한(도경수 분)이 그의 인생을 설계한 장본인으로 등장하고, 노용식(김종수 분), 노은비(조윤수 분), 백도경(이광수 분) 등이 조력자 혹은 대척점에서 각자의 욕망과 상처를 끌어안고 서 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적과 아군의 구도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 복수와 구원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 군상이다. 12부작이라는 긴 호흡 안에서 서사는 단계별로 변화한다. 초반은 법정과 감옥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심리전을, 중반은 도시 밖 탈출과 숨바꼭질을, 후반은 복수의 완성과 그 이후의 허무함을 그린다. 시청자는 박태중이 감옥을 나와 ‘조각난 도시’ 속에서 조각난 인생을 끌어 모아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자신도 언젠가 부서질 수 있는 삶의 취약함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조각도시』는 단지 “한 남자의 복수 이야기”가 아니라 “조각난 진실을 맞추려는 인간의 투쟁”이다. 그리고 그 투쟁의 중심에는 인물들의 내면이 살갗처럼 드러나 있다.
출연진과 인물관계 분석 및 줄거리 전개
이제 이 드라마의 출연진과 인물관계, 그리고 줄거리의 주요 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이를 통해 왜 이 작품이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깊이를 지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주요 출연진 및 인물 소개
- 박태중 (지창욱 분) – 도시개발 사업부 소속으로 성실히 일하던 남자였으나, 어느 날 갑작스럽게 흉악한 범죄의 용의자로 체포된다. 감옥에서 모든 것이 무너진 뒤 그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거대한 설계자를 알아차리고,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지창욱은 이 인물을 통해 절망과 분노, 냉정한 집착을 넘나드는 연기를 보여준다.
- 안요한 (도경수 분) –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성공한 인물이지만, 실상은 타인의 인생을 ‘조각’하는 장본인이다. 박태중을 비롯한 여러 인물을 설계하고 조작한 그는 이 드라마의 중심 빌런이다. 도경수는 첫 본격 악역 도전작으로서, 서늘하고 계산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 노용식 (김종수 분) – 박태중이 감옥 안에서 만난 은인이자 조력자다. 과거 깊은 상처를 지닌 인물로, 태중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그의 존재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태중이 인간으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돕는 중요한 역할이다.
- 노은비 (조윤수 분) – 노용식의 딸로, 역경 속에서 홀로 자라 강인해진 인물이다. 처음에는 냉정하고 까칠한 태도를 보이지만 점차 태중의 동료이자 친구로 변화한다. 복수라는 거친 여정 속에서도 그녀의 여린 면모는 시청자들에게 감정적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 백도경 (이광수 분) – 안요한의 VIP 고객이자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그의 등장은 복잡한 음모의 축을 드러내며 태중의 적대자로서 기능한다. 이광수는 익숙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묵직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기를 선보인다.
줄거리 흐름 및 핵심 장면
이 드라마는 크게 세 단계로 서사가 전개된다.
1. 붕괴와 감옥 – 태중이 갑작스러운 체포와 수감 과정을 겪으며 인생의 바닥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음모 속으로 빠져든다.
2. 추적과 동맹 – 감옥에서 만난 노용식과의 만남을 통해 태중은 복수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노은비와의 조우, 안요한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그를 움직이게 만든다. 태중과 그의 동료들은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탈출과 대결을 반복하며, 진실로 향하는 퍼즐을 맞춰간다.
3. 대결과 결말 – 복수의 순간이 다가오지만, 동시에 복수가 가져올 상실과 허무함이 나타난다. 태중이 결국 안요한에게 도달하더라도,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곧 해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종 국면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상처와 선택은 시청자에게 ‘정의는 완성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전 포인트
- 지창욱 vs 도경수의 연기 대결: 태중과 요한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펼쳐지는 두 배우의 심리전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 캐릭터의 복잡성: 단순한 영웅과 악당 구도가 아니라, 각 인물이 자신의 욕망, 상처, 선택 속에서 흔들린다.
- 리메이크 이상의 진화: 원작 영화 조작된 도시(2017)의 설정을 기반으로 더욱 확장된 서사와 긴 호흡의 드라마틱 전개가 시리즈만의 매력을 만든다.
- 공간과 심리의 대비: 감옥과 도시, 좁은 복도와 넓은 거리, 차가운 조명과 따뜻한 순간들은 인물의 내면을 반영한다.
이처럼 『조각도시』는 단지 사건을 풀어가는 스릴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균열과 재구성을 그린 드라마다. 시청자는 복수극을 관전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는 도시와 삶의 구조를 돌아보게 된다.
조각난 삶이 다시 모일 수 있을까 – 드라마가 남긴 질문
『조각도시』는 결말을 통해 분명히 보여준다. “복수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박태중은 적을 물리치고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잃은 것들 또한 상당하다. 안요한이 설계한 도시는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 경험의 구조였고, 태중이 겪은 고통은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묻는 질문은 간단하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조각난 존재인가? 혹은 누군가의 조각을 만든 설계자인가?”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 상처가 서로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복잡한 도미노 속에서 우리는 흔들린다. 지난 12부작을 통해 『조각도시』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성찰의 소재로 떠올랐다. 그 안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비단 하나의 인물이나 사건만이 아니다. 삶은 본질적으로 파편화되어 있고, 그 파편을 다시 붙이는 시도만이 진정한 구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영화로 사랑받았던 원작을 넘어, 드라마는 긴 여정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깊이 탐사했고, 액션과 서스펜스를 넘어서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조각도시』는 지금 이 시대의 우리에게 ‘조각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자각을 선사한다.